이번 글은 "스피킹(말하기)"에 집중해, 직접 미국에서 학부 유학 중 부딪히며 배운 영어 스피킹 팁 3가지를 정리해 본다.
이론보다 경험에서 나온 팁이라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거다. 로스쿨 영어에서 같은 비중으로 중요한 리딩(독해) 실력을 올리는 팁은 별도 포스팅으로 다룰 예정이니, 스피킹 이야기부터 시작해 본다.
팁 1. 일상 속에 "영어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억지로 만든다.
영어 실력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보다, 실제로 영어를 써야 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 현지에 있을 때 일부러 백화점에 자주 갔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아이쇼핑을 핑계로 매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히 제품 설명에 진심인 점원 분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학교 1학년이던 당시 나는 화장품에 관심이 생기던 시절이라 나의 얼굴형이나 피부톤에 맞는 아이섀도우나 립스틱, 브로우 펜슬을 하나씩 상담 받으면서 슬쩍 시카고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하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소위 스몰 토크를 익혔다.
거창한 대화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거 다른 색상도 있나요", "사이즈 좀 봐줄 수 있나요" 같은 짧은 문장이라도 실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주고받다 보면 교재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감각이 쌓인다. 특히 로스쿨처럼 즉흥적으로 답해야 하는 환경(소크라틱 메소드 수업)을 대비하여 영어 실력을 제대로 준비하고 싶다면,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대화 상황에 스스로를 자주 노출시키는 연습이 실전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이렇게 하나씩 사 모은 립스틱이 열 손가락을 훌쩍 넘기도록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좋은 영어 선생님을 여럿 만나면서 단어를 아는 만큼 잘 들린다는 사실도 절감했고, 아는 단어가 많으면 단어 위주로 문법을 좀 엉성하게 이야기해도 내용 전달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단어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거창한 스터디그룹이나 학원이 아니어도 괜찮다. 일상 속에서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작은 상황을 스스로 만드는 것, 그게 첫 번째 팁이다.
팁 2. 억양보다 속도, 빠르게 말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두 번째 팁은 속도에 관한 거다. 처음에는 최대한 원어민처럼 들리고 싶어서 일부러 말을 빠르게 했다. 억양(accent)이 티가 나지 않게 하려면 유창하게 쭉쭉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히려 상대방이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는 상황이 반복됐다.
문제는 억양이 아니라 속도였다. 발음이 완벽하지 않아도, 말하는 속도를 늦추고 단어 사이 호흡을 명확하게 가져가니 오히려 의사소통이 훨씬 잘됐다. 상대방이 "다시 말해 줄래?"라고 되묻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다시 말해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시리 내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않아서 그런가 자책하곤 했는데, 실은 내가 너무 빨리 말해서 알아듣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자책감이 덜 해졌고 천천히 말하면서 그런 요청이 줄어들자 자신감이 늘었다.
이 경험에서 배운 건 하나다. 원어민처럼 들리는 것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거다. 로스쿨에서 필요한 영어는 발음 대회가 아니라 논리를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이다. 급하게 유창함을 흉내 내려다 오히려 전달력을 놓치는 실수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고객과의 의사소통에서도 정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창함보다는 진실성과 정확성에 무게를 두는 영어 구사 습관이 실전에서 더 빛을 발한다.
팁 3. 틀리는 게 당연하다는 마음으로, 말하면서 배운다.
세 번째는 마인드셋에 관한 팁이다. 말하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꾸 위축돼서 말을 아끼던 시기가 있었다. 문법이 틀릴까 봐, 단어 선택이 어색할까 봐 입을 열기 전에 머릿속으로 몇 번씩 문장을 검토하다 보니 정작 대화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 수업 중에 종종 있는 토론에서도 할 말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이상 토론이 진행되어 버려서 내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었고, 그러면서 의견 없이 입 다물고 있는 가마니처럼 수업에 앉아있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마음가짐을 바꿨다. 완벽한 문장을 만들고 나서 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면서 배운다는 태도로 접근한 거다. 틀린 부분은 그 자리에서 고쳐지거나, 나중에 스스로 알아차리고 다음번에 고치면 된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대화량 자체가 늘었고, 대화량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실력도 따라왔다. 특히 말하려는 내용에 적절한 단어들을 구사하면 문법은 다소 틀리더라도 의견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없고, 되받아 치는 답변을 통해 때로 틀린 부분을 어떻게 정정하면 되는지에 대한 힌트를 받을 수 있어서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할 수 있어서 배우는 과정에서 영어 실력이 늘어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로스쿨 수업도 비슷하다. 완벽한 답을 준비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틀릴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일단 논리를 꺼내 놓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실제 수업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스피킹 실력을 늘리려는 이유가 애초에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내 의견을 조리 있게 구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틀리더라도 일단 구사하는 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구사를 하지 않으면 내 의견은 혼잣말에 불과하고 남들에게 닿을 수 없으며, 그런 식으로는 영어 실력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틀릴 수 있고 또 틀리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면 되는 거다. 마찬가지로 영어로 구사한 내 생각에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나와 다른 의견은 어떻게 다른지 그 다른 점에 대해 내가 배울 부분은 없는지 알아가면서 생각도 확장되고 그만큼 영어 실력도 성숙하게 된다.
정리하면
세 가지를 한 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고, 유창함보다 정확한 전달을 우선하고,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면서 배운다. 시험 점수를 위한 공부와는 결이 다르지만, 실제 로스쿨 생활에서 버티는 힘은 이런 경험에서 나온다.